양어장

붕어 낚시인이라면 누구라도 본인이 잡은 최대어를 사진으로 찍어서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어탁으로 남길 수만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어탁은 보통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제작 과정을 자세히 모르는 거 같아서 이번 기회에 제가 본 어탁 제작 과정을 소개할까 합니다. 저 역시도 어탁 제작 과정을 보기 전까지는 먹을 갈아서 도장 찍듯이 찍는줄 알았는데 어탁 제작 전과정을 보고서는 어탁이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탁 제작 과정은  2009년 봄에 평산 송귀섭 선생님 자택을 방문하여 평산 선생님께서 어탁 작품을 하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제일 먼저 붕어에 소금을 뿌려서 절입니다. 이때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하는데 그래야만 번짐이 없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절인 후 칫솔로 체액을 딱아 냅니다. 그런 후에 물을 붓고 깨끗히 씻은 다음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 해 줍니다. 

붕어를 골판지에 대고서 연필로 붕어 모양대로 그린 다음 골판지를 그린 모양대로 잘라 냅니다. 

 비늘이 상한 것이 있으면 반대편 같은 위치의 비늘을 떼어 내어 끝 부분을 약간 자른 후 상한 곳의 비늘을 채웁니다. 등 지느러미, 꼬리 지느러미, 뒷 지느러미,가슴 지느러미에 접착제를 살짝 발라서 골판지에 고정을 시킵니다.그리고는 아가미와 입에 방습지를 투입합니다. 방습지로는 휴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는 눈보다 조금 크게 종이를 오려서 눈에 붙이고 간지(자른 골판지)를 두겹이상 겹쳐서 지느러미 아래에 넣습니다.

 화선지에 물을 뿌려 놓습니다. 붕어가 찍힐 곳을 중심으로 고루 분사합니다. 

 먹을 갈아서 채색을 합니다. 등부터 아래로 내려 가면서 채색을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농담 조절입니다. 실제 붕어를 봐도 위쪽이 색이 진하고 아래로 내려 올수록 색이 옅어지는데 이것을 먹으로 농담 조절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가장 밑 부분은 붓을 빨아서 물만 묻혀서 배선을 그립니다.  

이렇게 해서 어탁 작품이 완성됩니다. 붕어가 어탁 작품으로 탄생하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섬세함이 요구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 개인적으로는 어탁 작품이 예술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마리의 붕어가 노니는 이런  어탁을 붕어 유영도라고 합니다.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수평각에서 보면 이런 모습일텐데 가운데 붕어가 5짜 붕어에 주변에는 사짜 세 마리에 맨 밑에 애기 붕어가 32cm 월척 붕어입니다. 붕어 유영도는 평산 선생님께서도 평생 네 작품만 완성하셨을 정도로 고난도의 힘든 작업입니다. 이 작품도 보름 걸려서 완성하셨다고 합니다.

 붕어 유영도가 어려운 것은 여러 마리 어탁을 하고서는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조금이라도 번지게 되면 전체 어탁이 실패로 돌아가기에 몇 해 전에 붕어 유영도 작품을 하시고는 그 이후로는 아직 붕어 유영도 작품은 하질 않으시고 계십니다.

선생님댁 거실에 붕어 유영도가 벽에 걸려 있으며 두 개는 지인분에게 그리고 한 작품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에게 선물을 해 주셨습니다. 위의 붕어 유영도가 평산 선생님께서 제게 선물해주신 어탁입니다.

제 방 한 벽면을 꽉 채울 만큼 큰 어탁입니다. 물가에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할 때 이 어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물가에 앉아있는 느낌입니다. 

어탁 제작과정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의문점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어탁에 나오는 글의 내용은 고려말 고승인 나옹선사의 시조에서 인용된 것인데 그 내용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